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 + 共感.. 동류를만나다




84년의 프로야구에서 삼미가 어떤 업적을 남겼었는지를 한번 생각해봐.
노히트 노런!
맞아. 고교야구도 아니고, 전 국민이 벌겋게 눈을 뜨고 지켜보고 있는 <프로야구> 속에서 삼미가 노히트 노런을 해버린 거야. 정말 날고 긴다는 놈들도 결코 예상치 못했던 엄청난 플레이였지. 이 '치지 않고, 달리지 않는다'의 문제는 그 후 이 땅의 노동운동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해. 이미 그 당시 90년대를 대비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의 이미지 트레이닝에 몰두해 있던 놈들에게 그건 말 그대로 치명타와 같은 거였지. 더군다나 앞으로 자라날 이 땅의 새싹들을 위해 그해의 어린이날을 디데이로 잡아 거사를 일으켰던 거니까 이 사건을 계기로 놈들은 드디어 삼미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었어. 또한 놈들은 그 '치지 않고, 달리지 않는다'의 여파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그 후 10년 동안 12조 6천억이라는 막대한 홍보비를 퍼부었다고 해. 그러고 나서야 겨우 상황이 진정되었지. 결국 놈들은 다시 삼미를 탄압하기 시작했어. 그 강령 중엔 길을 가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어린이 회원을 발견하면 즉시 쫓아가 얼레리꼴레리를 퍼붓는다는 치졸한 내용도 있었어. 뭐, 앞뒤를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놈들도 급했던 거야. 물론 삼미는 그런 수모와 박해를 받으며 더욱 강팀이 되어갔지. 잔잔한 업적은 생략하기로 하고 84년 16연패의 위업을 달성하며 결코 흔들림 없는 자신의 길을 걸어간 삼미는, 결국 85년 전기에 18연패라는 금자탑과 더불어 자신의 화려한 절정기를 꽃피우게 되지. 삼미의 마지막 리그였던 그 85년의 전기 리그는 실로 우리가 주목해야할 부분이야. 왜? 삼미는 결국 끝까지 걸어갔고, 그 리그의 한복판에서 비로서 <자신의 야구>를 완성했으니까. 이는 정말 위대한 업적이야. 전성기의 뉴욕 양키스나 요미우리 자어언츠도 결코 <자신의 야구>를 완성하지는 못했어. 아니, 결코 그 어떤 프로 팀도 <자신의 야구>를 완성한 적은 없었지. 왜? 그들의 목표는 한결같이 우승이었으니까.
삼미 슈퍼스타즈의 야구?
그럼, 그게 핵심이야. 그해의 리그에서 삼미 슈퍼스타즈가 <자신의 야구>를 완성하지 못했다면 아마 우리는 구원받지 못했을 거야. 놈들도 그 사실을 알아차렸지만 이미 때가 늦었지. 삼미가 <자신의 야구>를 완성하고, 그 플레이를 사람들의 가슴 속에 전파하는 모습을 마냥 지켜볼 수 밖에 없었으니까. 결국 놈들은 삼미의 해체를 결심하기에 이르지. 모기업 삼미의 부도를 계획하고 나아가 신생그룹이었던 청보를 협박해 슈퍼스타즈를 인수하게끔 만든거야. 결국 삼미는 그 리그를 끝으로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었지. 하지만 삼미는 이미 자신의 할 일을 모두 완수했고, 그 아름다웠던 플레이는 모두의 가슴 속에 남게 되었지. 마치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힌 후에도 그 말씀이 성경으로 무두에게 남아 있듯 말이야.
그 <자신의 야구>가 뭔데?
그건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야. 그것이 바로 삼미가 완성한 <자신의 야구>지. 우승을 목표로 한 다른 팀들로선 절대 완성할 수 없는 - 끊임없고 부단한 <야구를 통한 자기 수양>의 결과야.
뭐야, 너무 쉽잖아?
틀렸어! 그건 그래서 가장 힘든 <야구>야. 이 <프로의 세계>에서 가장 하기 힘든 <야구>인 것이지. 왜? 이 세계는 언제나 선수들을 유혹하고 있기 때문이야. 어이, 잘하는데. 조금만 더 하면 될 거 같은데? 누군 이번에 어떤 팀으로 옮겨갔대. 연봉이 얼마래. 열심히 해. 넌 연봉이 얼마지? 아냐, 넌 할 수 있어. 그걸 놓치다지! 방출된 사람들이 뭘 하며 사는지 아니? 넌 주무기가 뭐야? 도루해, 도루! 이봐, 팀을 위해 사생활을 포기하는 건 당연하잖아! 밤중에 연습이라, 보기 좋은데! 다음달까지 타율을 2푼만 끌어올린다. 왜, 그것도 힘들 것 같아? 좋아, 잘하고 있어. 넌 어디 출신이야? 더 열심히 해! 오늘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 지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뛰어! 하나 둘 셋 넷 둘 둘 셋 넷. 이봐, 뭘 생각해? 생각할 시간 있으면 뛰어 병신아! 훈련 시간에 늦지마. 연봉이 아깝다, 연봉이 아까워. 이봐 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는 게 말이 돼? 네가 그러고도 프로야? 응? 너 이 세계가 얼마나 냉정한지 모르지? 너 이 바닥이 얼마나 좁은지 모르지? 맛 좀 볼래? 한눈팔지 마! 언제 공이 올지 모르잖아! 몸을 날려! 날리란 말이야! 이봐, 기왕이면 멋지게 살아야지. 안그래? 이 악물고 해봐. 뭐? 맘대로 해. 너 아님 뛸 선수가 없을 거 같아? 줄을 섰어! 줄을!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야. 넌 우리팀의 대들보다. 이봐, 신문에 뭐라고 났는지 알아? 기본이 안 돼 있어, 기본이! 잘했어. 그러나 팀 기여도를 생각하면 생각처럼 좋은 성적은 아닌 것 같은데. 자네 생각은? 힘들어? 힘들면 나가! 둘러봐, 다들 똑같은 조건에서 너보다 더 열심히, 잘하고 있잖아! 그게 힘들어? 힘든 걸 이겨내는 게 프로야! 좋아, 열심히 해. 누구에게나 슬럼프는 있지. 몸이 힘들면 정신력으로 이겨내! 올해 목표도 우승이다. 다들 알지? 하나 둘 셋 넷 둘 둘 셋 넷. 어이, 체인지업만으로는 이제 안 된다고 내가 몇번이나 말했어? 응? 세상 돌아가는 게 눈에 안 보여? 응? 두번 말하게 하지마. 던져! 잡아! 뛰어! 쳐! 빨리, 빨리 달려! 라고 하는데, 그 속에서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
를 견지하는 것은 실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야. 너도 알다시피 모든 선수들의 가슴 속엔 저마다 빛나는 자존심이란 것이 있게 마련이니까. 또 놈들은 누구나 칠 수 있을 것 같은 공을 끊임없이 던져주곤 해. 또 일부러 바로 코앞에 공을 던져 선수들을 유혹하기도 하지. 물론 그건 노동력의 손실을 막기 위해서야. 어이, 자네 새 차를 뽑았다며? 여어, 진급을 축하하네! 에서 사소하게는 자네 요즘 비싼 담배로 바꿨군, 이나 미스 정 많이 예뻐졌네, 에 이르기 까지. 그 모든 유혹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지. 프로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놈들이 바라는 이 세계의 여건은 완벽해지는 것이니까.
세계의 여건?
물론이지. 우리는 미국의 프랜차이즈니까. 언제나 이 점을 잊어선 안 돼. <착취>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고통스럽게 행해진 게 아니었어. 실제의 착취는 당당한 모습으로, 프라이드를 키워주며, 작은 성취감과 행복을 느끼게 해주며, 요란한 박수 소리 속에서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형이상학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던 거야. 얼마나 큰 보증금이 걸려 있는가는 IMF를 통해 이미 눈치 챘잖아. 아이템도 본사에서 조달돼. 인테리어도 마찬가지야. 그게 이 세계의 여건, 한국의 여건이라구. 나는 지금도 삼미가 그 불가능에 가까운 <야구>를 완성한 것이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야. 말 그대로, 아! 신은 아직 우리를 버리지 않았구나, 지. 물론 아무나 그 <야구>를 실현하며 살수는 없어. 그것은 오직 삼미 슈퍼스타즈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누구나 그 <야구>를 통해 구원받을 수는 있지 않을까? 사카에씨와 나는 늘 그 문제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누었지. 그래서 말인데
말해봐.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클럽을 다시 만들었으면 해.

- 박민규 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중에서


소설의 후반부, 조성훈이 '나'에게 신나게 풀어대던 썰의 일부다..
이 책.. 이거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더니..
모처럼 유/쾌/한 장문의 글을 읽은 듯하다..
시종일관 잠시도 틈을 주지 않고 폭소를 연발케 하더니, 능글능글 스리슬쩍 본심 섞어 자본주의란거, 프로란거, 잘 생각해봐들.. 마무리를 지어주는 지능적인 플레이..
모두에게 강추..
과도하게 유쾌한 심리상태를 유지하고 싶다면 '나'의 유년부만 읽기를 권장..장년기로 갈수록 다소 울적해지는 경향은 있음.. 뭐 삶이 그러하니까..ㅎㅎ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고..
좀 그렇게들 살 필요가 있기는 한 듯해.. 암..



아쉽지만.. + 나른한 오후의 短想




살아가면서 이다지도 여러번의 반복되는 실패를 경험해 본 적이 있었던가......
돌아보면 그동안 나의 삶이란 것이 날로 먹듯 순탄했던겐가.. 하여 지금의 상황이 낯설고 어려운겐가.. 싶기도 하고..
후후..
그래도 한 가지..
반복되는 실패에도 매 사이클이 시작될때마다 다시금 꿈을 꾼다는 사실이 놀랍고 감사하다..
그렇다.. 나는 긍정적 인간이었던 것이다..;;


나의 이 긴 시간을 함께하고 있는 미야베 미유키 여사에게 무한한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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